주도권을 쥔 쪽 2017

헤어짐을 말하면서 오한이 났다.
춥지도 않은데 떨림이 멈추지 않았고 
결국 그는 일단 네 몸이랑 멘탈부터 추스리라며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.

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는 내게 큰 상처를 주었고 
우린 아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.

며칠동안 너무 아파서 내 속을 다 드러내고 상대의 속도 박박 긁어놓았다.
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었고 
정신이 좀 들고나서는
만나서 행복을 빌어주고 헤어지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.

떨림은 멈췄는데 난 왠지 여기 발이 묶여버린 것 같다.
일 때문에 가볼 수 밖에 없다고 제발 쉬라고 카톡이 와서 답장으로 
길게 이별의 메세지를 쓰다가 다 지워버렸다.

아직도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그는
'사랑 안하는 건 아냐. 하지만 지금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닌 거 같아.'
라고 대답했다.


비참했다.


이야기를 다 들은 K가 말했다.

"걔는, 어쩌면 너보다 더 상처받았을거야. 
 너네 관계의 주도권은 항상 너한테 있었잖아. 
 그래서 넌 네 속에 있는 얘길 다 했겠지만 걘 아마 못했을거야."


그 동안 주도권이고 뭐고 신경 안 썼었는데 적어도 지금은 내 쪽에 없다.
잘못한 사람은 내가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된걸까.

그래도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.

내가 했던 말과 행동이 심하게 다친 약한 동물같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비참했는데 
그에게는 내 몰아세움이 이빨세운 맹수가 물어뜯는 정도의 상처일 수 있겠구나.

일단 당분간 보류.
정말 추스리는 게 우선일 것 같다.


덧글

댓글 입력 영역